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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꾸니 신사 참배와 노르아드레날린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09-03-02
  • 조회 :3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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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메일 :kje@kje.or.kr

- 2005. 12. 26 사무국 칼럼 - 

허 남 정 (사)한일경제협회 전무이사

일소일소 일로일로(一笑一少 一怒一老). 웃으면 <뇌내 모르핀>이 분비되어 우리 신체기관을 건강하게 만들며 노화를 방지해준다는 사실을 하루야마 시게오(春山 茂雄 )는 베스트셀러 <腦內革命>에서 과학적으로 입증한 바 있다. 한편 화를 내거나 스트레스를 강하게 받으면 <노르아드레날린>이라는 강한 독성의 호르몬이 분비되며 노화를 촉진시키는데 이 물질은 자연계에서 뱀 다음으로 독성이 강하다고 했다.

우리 한국인은 쉽게 화를 낸다. 해외에 나가보면 한국인과 일본인은 금방 구별이 된다. 일본인의 표정이 대체로 부드러운데 비해 한국인은 약간 화를 낸듯한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일본사람들은 화가 나도 좀처럼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나 세 번까지는 잘 참다가 네 번째는 아무 말 없이 칼로 상대를 찔러버린다는 얘기가 있다.

지난 10월 15일 고이즈미 준이찌로 일본 총리는 취임이후 5번째의 야스꾸니 신사참배를 단행함으로서 그렇지 않아도 살얼음을 딛는 분위기의 한일관계를 꽁꽁 얼어붙게 했다. <전쟁에 본의 아니게 내몰린 영령들을 애도하는 게 무엇이 나쁘냐? 다시는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마음의 다짐을 하러간다>는 그의 반문에 우리는 그저 어안이 벙벙하고 화가 치민다.

그러나 합사(合祀)된 야스꾸니 신사의 A급전범들은 무고한 일본 국민들을 전쟁에 내몰고 주변 아시아인들에게 엄청난 희생을 강요했던 주역들로서 전쟁의 피해자나 희생자의 입장에서 볼 때 억지 변명으로 들리며 전쟁의 책임을 고의로 회피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이 문제를 보는 韓·中과 일본의 온도차는 매우 크다. 금년 7월 실시된 중국의 한 여론조사를 보면 <고이즈미 총리나 일본 정치인들의 야스꾸니 신사 참배>에 대해 중국 국민들은 97.9%가 반대의 의견을 내고 있으며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짐작된다.

반면 일본은 한국이나 중국 정도는 아니겠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이 총리의 야스꾸니 신사 참배에 대해 심정적으로 지지를 보내고 있으며 야스꾸니 신사 참배에 극렬하게 반대하는 한국과 중국인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일본인들의 일본과 한중관계에 얽힌 근세사에 대한 지식의 절대량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요즘 명동거리에 나가서 지나가는 여성들을 향해 <욘사마>라고 소리를 지르면 5명중 4명이 고개를 돌리는데 그들은 모두 일본여성들이라는 우스개가 있을 정도로 근자에 일본여성들의 한국행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요즘 일본에 출장 가서 낯선 일본 여인들을 보면 필자는 <나는 한국의 욘사마입니다>라며 말을 건넨다. 그러면 그녀들은 금방 함박웃음을 터뜨리며 <한국에 돌아가시면 욘사마께 꼭 안부를 전해주세요>라며 마음의 문을 활짝 연다.

25년간 일본을 왕래하고 있지만 요즘처럼 한국인에 대한 일본인의 마음이 따뜻하고 긍정적이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특히 많은 일본여성들은 한국과 한국음식을 좋아하며 일본 남성들이 노골적으로 질투를 표현할 정도로 한국남성에게 빠져있다. 한국어를 배우며 한국인을 만나면 몇 마디라도 한국어를 쓰려고 하고 한국 드라마를 소재로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며 처음 보는 한국남자와 사진을 같이 찍자고 덤벼(?)들 정도로 용감하다.

양국간의 정치적인 냉기류에도 불구하고 한일 민간교류는 쉼 없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한류>에 힘입어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가히 <政冷民溫>의 시대다. 한일우정의 해를 맞은 금년에는 수백회의 각종 문화행사가 열렸다. 40년전 양국을 다녀간 사람은 연간 1만 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하루에 1만 명이 다녀가고 있으며 교역규모도 100배 이상 확대되었다.

양국의 정치적인 갈등은 오래 끈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며 오히려 불신과 오해만 키울 뿐이다. 최근 통계를 보면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한류에도 불구하고 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대국민 설득문제도 있어 어느 한쪽이 양보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닌 것 같다. <야스꾸니 문제의 슬기로운 해결을 위한 한중일 전문가 위원회>를 발족시켜 이 문제에 대한 3국의 입장을 상호조율하고 중장기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 문제는 노무현 대통령이 먼저 제안하고 고이즈미 총리는 이에 화답하는 형식으로 위원회의 결론이 나올 때까지 야스꾸니 신사 참배를 당분간 보류하겠다는 선언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위원회 활동과 병행해서 그간 3국 정상이 미루어두었던 정상회담도 재개해주었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 양국 재계의 지도자들도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한다.

한일 양국간에는 과거사청산 못지않게 북한핵문제 해결, 한일FTA 체결은 물론 동북아시아 평화와 번영에 이르기까지 함께 협의하고 성취해야할 미래의 과제가 산적해 있다. 그리고 양국의 시장을 통합함으로써 왜곡된 국내 산업의 구조조정을 실현하고 우리 경제를 재도약시키는데 기여할 한일FTA 체결도 서둘러야할 것이다.

병술년 새해가 밝았다. 일의대수(一衣帶水)의 양국이 하루속히 <政溫民溫>의 상태를 회복하여 <동아시아 경제공동체>라는 비전을 향하여 <나가자 미래로 다 같이 세계로>라는 구호를 외치며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는 꿈을 꾼다. 우리가 꿈꾸어왔던 <위대한 동아시아시대>는 이제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