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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의 지리산 탐방기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09-07-06
  • 조회 :3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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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메일 :kje@kje.or.kr

- 2009. 7. 1 사무국 칼럼 -
       


    한일경제협회 사업팀 전민아


입사 후 나의 두 번째 산행지는 지리산이었다.

입사를 하기 전 미리 인사를 하는 차원에서 도봉산 산행에 참가하였는데 산이라고는 동네 뒷산에 올라가본 것이 다였기에 도봉산의 포대 능선을 밧줄을 잡고 오를 때의 아찔함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지리산 등반 참가자 리스트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나의 이름이 올려져 있는 것을 보았을 때는 내심 지레 겁부터 먹을 수밖에 없었다. 지리산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제 1호 국립공원이라는 것과 한라산 다음으로 높은 산이라는 사실만 알고 있었을 뿐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다. 그러나 지인으로부터 지리산의 천왕봉은 산에 관해 문외한인 사람이라도 한번 쯤 가보고 싶어하는 곳이라는 말을 듣고는 그만큼 가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 힘들면 도중에 하산해도 되지 않을까하고 품었던 나약한 마음도 떨쳐버리기로 했다.

4월 30일 당일, 마치 수학여행을 가는 것처럼 들뜬 마음으로 출발하여 5시간 남짓 버스를 타고 숙소에 도착했는데 서울과는 다른 청명한 공기와 숙소 옆 계곡의 물소리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짐을 느꼈다. 다음 날 아침, 드디어 중산리 매표소에서 출발하여 지리산에 첫 발을 내딛었다. 아침일찍이라 근육이 긴장된 탓인지 짐은 가벼운 데도 몸은 천근만근이고 자꾸 휴식을 취하고만 싶었다. 30분 가량을 오른 뒤 쉬며 앞으로 남은 코스에 대한 걱정으로 불안해하고 있을 때 전무님께서 기운을 북돋는 약이라며 알약 반 알을 주셨는데 약이 정말 효과를 발휘한 것인지 그 후 몸이 훨씬 가뿐해지고 점차 힘이 났다. 그래서 처음보다 여유를 가지고 가끔은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신기하게 휘어진 커다란 고목 나무와 이름모를 들풀, 가지로 만든 새둥지 등이 조화를 이뤄 너무나 아름다운 정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렇게 경치도 보고 곳곳에서 사진도 찍어가며 칼바위를 지나 로타리대피소를 거쳐 법계사에 이르렀는데 햇빛으로 뜨거워진 얼굴과 욱신거리기 시작한 다리로 인해 모두 조금씩 지쳐있었지만 반은 왔다는 희망으로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겼다. 법계사 내부에 다녀오신 분들이 가져다주신 과일은 제대로 씻지도 않고 나눠먹었지만 지금까지 먹은 과일 중에 가장 단 것 같았다.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1시간 30분 남짓 정신없이 올라 반반한 절벽 지대 아래 천왕샘에 이르렀다. 배낭에 생수는 있었지만 진주 남강의 발원이라는 물을 꼭 맛보아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목을 축이고는 천왕샘을 지나 좁은 협곡같은 바위지대 사이로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길에 직면했다. 이미 다리는 후덜거려 오고 있었지만 조금만 가면 정상이라는 생각만으로 스스로를 추스르며 계단을 한 발 한 발 올라갔다. 정상을 향해 오르는 그 길이 아득하게만 느껴졌지만 중간 중간 사진을 찍어주시며 괜찮냐고 걱정해주시는 부장님을 비롯한 다른 분들 덕에 더 힘을 낼 수 있었다.

천왕봉에 가까워질수록 페이스 조절을 하며 천천히, 그러나 있는 힘을 다해 가파른 고비 언덕을 기어오르다시피 하여 드디어 천왕봉에 우뚝 솟아 있는 비석을 내 눈으로 보았다. 비석 앞에서 모두 모여 기념 사진을 찍고 구불구불 굽어진 능선의 조형과 그 아래로 펼쳐진 드넓은 경치를 둘러보았을 때는 산악인들만이 느낀다는 짜릿한 쾌감마저 느껴졌다. 좀처럼 술을 못하지만 지리산을 정복했다는 뿌듯함으로 천왕봉에서 들이킨 한 잔의 막걸리의 맛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렇게 휴식을 취하고 하산하여 장터목 대피소에 도착하여 간단히 식사를 하고 백무동을 향해 본격적인 하산을 할 태세를 갖췄다.

정상까지 오를 때와 비슷하게 시간이 걸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금 힘이 빠지는 듯했지만 내리막길이니 훨씬 수월할 것이라는 생각에 가벼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산은 올라갈 때보다 내려갈 때가 힘들다는 말이 절실히 느껴질 정도로 한 걸음씩 내딛을 때마다 다리와 발가락에 가해지는 통증은 괴롭기만 했다. 하지만 앞에서 발이 덜 피로하도록 걷는 요령을 가르쳐주시는 대리님과 뒤에서 응원해주시는 다른 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때로는 누군가의 유머에 모두 박장대소를 하며 내려가다 보니 아픔도 괴롭게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렇게 몇 시간을 내려가다가 어느 계곡에서 휴식을 취했는데 하나 둘씩 신발을 벗고 발을 담그기 시작했다. 나도 덩달아 투명할 정도로 맑은 지리산의 계곡 물에 발을 담궜는데 마치 한겨울의 얼음 물 같은 차가움에 놀랐지만 몇 초간의 짧은 순간이나마 발의 피로가 풀리는 듯했고 기분마저 상쾌해졌다.

그 후 1시간 여 남짓 속도를 더 빨리하여, 다함께 보조를 맞추어 지상을 향해 울퉁불퉁한 비탈길과 돌길을 내려갔다. 끝이 보이지 않을 것만 같은 내리막길을 계속 내려 오다보니 완만한 평지와 진분홍색의 흐드러진 꽃이 마치 수고했다는 듯이 우리를 반겨주며 기다리고 있었고 산을 벗어나자마자 긴장이 풀려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비록 몸은 땀에 흠뻑 젖어 돌덩이처럼 무거웠지만 그와 반대로 기분은 새털처럼 가벼웠다. 결코 쉽지 않다는 지리산을 정복했다는 성취감과 무사히 내려왔다는 안도감에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렵고 힘든 순간을 함께 함으로서 형성된 유대감과 자신도 힘든데 서로를 격려하고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진심으로 느낄 수 있었기에 이 곳, 지리산까지 온 것이 결코 후회스럽지 않았다.

솔직히 처음에는 자발적이라기보다 신입 사원으로서의 일종의 의무감(?)으로 산행에 참가한 것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막상 다녀와서 이제와 돌이켜보니 회사라는 건물을 벗어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함께 호흡하며 더 친근하게 어울릴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고, 그만큼 보람있었던 입사 후 나의 두 번째 산행이었다.